상단여백
HOME 연재소설
[연재소설] 새들의 낙원-팔자에 복종

여느 때와 같이 레이첼은 출근을 위해 일찌감치 나와 카풀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풀 대기 장소는 편의점 앞이었는데 근처에 사는 선배 직원도 함께 기다려 차를 탔다. 그는 항상 밝은 표정과 선한 행실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공장을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했다. 매일 차 안에서 벼룩시장 정보지를 보며 자리를 옮길 생각을 했다. 그가 가진 불만은 회사가 직원들을 부려먹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공장에 도착하자 세 사람은 공장에서 식대를 지급해서 먹는 식당 앞으로 걸어갔다. 봉지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게 일정의 첫 시작이었다. 1회용 컵 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커피를 휘휘 저을 때 그 선배 직원이 사과와 빵 등 먹을거리를 꺼냈다. 그는 카풀에 대한 보답으로 그렇게 매일 먹을거리를 챙겼다. 커피를 마시고 공장으로 들어가 일을 하던 중 기계에 장갑이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는 조퇴를 하고 곧장 병원으로 가서 8바늘을 꿰멨다. 퇴근길에 그의 안부가 걱정돼 레이첼은 전화를 걸었다. 술에 취한 말투였다. 레이첼은 병원까지 갔다왔는데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는 “술꾼인데 뭐”라고 대답했다. 그토록 신실하게 사는 것 같았던 그가 집에서는 술꾼으로 사는 것이었다. 그는 갑자기 넋두리를 늘어놨다. 그는 “공장이고 뭐고 다 싫다. 마음도 늙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세월만큼 빠른 것이 없네. 이 놈의 팔자가”라고 힘없이 중얼거렸다. 레이첼은 순간 매일 아침 밝은 표정의 그의 얼굴이 스쳤다. 공장에서도 집에서도 힘이 없다고 쳐다보는 약자의 표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INEONETIST  ineonetist@gmail.com

<저작권자 © INEONETI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