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소설
[연재소설] 새들의 낙원-새사냥

대기업까지는 아니었지만 중견기업으로 정부에서 인증을 받은 터라 일감은 꾸준한 편이었지만 봄은 사계절 중 일감이 제일 적었다. 사장은 직원들을 놀릴 수 없어 대청소를 종종 시키곤 했다. B과장은 하명을 받고 직원들에게 대청소 일거리를 일일이 지시했다. 공장 안에는 레일이 깔려 있었다. 무거운 원단을 옮기기 위해 가로 레일과 세로 레일을 설치한 것이다. 레일 위에 정사각형의 철판은 조심하지 않으면 발을 뭉개는 흉기가 된다. 조판부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레일을 청소하다 수동철 작업반 직원 2명이 철판을 밀어 올리다 속도가 제어되지 않아 발뒷꿈치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판부 직원의 양말엔 피가 물들었다. 바로 병원으로 가 화를 면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회사에서 수습기간 중이라는 이유로 산재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수습기간 중에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그 보험료를 월급에 포함시켜 주는 게 회사에 관행이었다. 수습직원에게는 일을 배우는 과정이라며 막상 사고가 나면 돈을 더 받으니 낫지 않았느냐식으로 회피했다. 회사의 꼼수는 더 있었다. 회사는 정규직이 된 후 4대 보험료를 떼면 월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월급을 더 줄테니, 기본급은 적게 책정하고 야근이나 특근 수당으로 직원들을 다뤘다. 게다가 사장은 직원들에게 작년부터 새 공장으로 이전한다며 말해왔다. 직원들은 1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아 신뢰할 수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자부심도 가졌다. 그런 식으로 사장은 배짱을 두드렸다. 배짱의 원리는 윈윈이었다. 대청소를 끝내고 화장실 앞 흡연의자에 하나 둘 모여 들자 B과장은 “내 나이에 그만 두면 갈 데가 없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잊을 만하면 스마일을 강요했다. 레이첼은 그제야 B과장에 웃음을 해석할 수 있었다.

INEONETIST  ineonetist@gmail.com

<저작권자 © INEONETI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